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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의사 면허취소법의 그림자: 어느 개원의의 죽음과 제도적 모순
1. 비극의 시작: 후배 돕기에서 면허 박탈까지
경기도에서 개원의로 활동하던 50대 의사 A씨의 삶은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 조항 위반이라는 법적 굴레에 갇히며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전남도의사회에 따르면, 고인은 후배 의사의 개원을 돕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해당 규정을 위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윤리적 범죄를 저지른 행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그에게서 의사로서의 자격을 앗아갔으며 수년 치 매출액 전액 환수라는 가혹한 경제적 처벌까지 뒤따랐습니다.
2. 벼랑 끝의 삶: 분식집 운영과 무너진 재기의 꿈
3년의 면허 취소 기간 동안 고인은 의사가 아닌 분식집 운영자로서 생계를 꾸리며 죗값을 치렀습니다. 그는 모든 행정처분과 환수 조치를 마친 후 다시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고자 했으나, 국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총 세 차례에 걸쳐 간절하게 청구했던 면허 재교부 신청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번번이 거부되었습니다. 한 인간이 성실히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복귀가 원천 차단된 상황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3. 의료계의 분노: "면허취소법은 정의인가, 폭력인가"
전남도의사회는 고인의 죽음을 '영혼에 내린 사형 선고'라 규정하며 격렬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의료 행위와 무관한 생활 범죄나 행정적 규정 위반까지 면허 박탈의 요건으로 삼는 현행 면허취소법이 한 가정을 파탄 내고 의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명백한 폭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의 취지가 의료인의 윤리 의식을 제고하는 데 있다면, 최소한 범죄의 경중과 성격을 구분하여 비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4. 복지부의 책임론: 투명하지 않은 재교부 심사와 졸속 행정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의 면허 재교부 절차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도의사회는 복지부가 자의적인 규정 해석과 폐쇄적인 심사로 고인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며, 책임 있는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재교부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적·경제적 대가를 치른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재기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법치 국가의 마땅한 도리임을 강조하며 제도의 전면적인 혁신을 촉구했습니다.
5. 과제와 전망: 인권 보호와 의료 윤리의 균형점 찾기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사회적 과제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의료인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적 정서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생존권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처럼, 행정적 과실에 대해 면허 박탈이라는 '극약 처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입니다.